"올 연말 인사에서 임원 20%를 줄인다는 소문이 나돌아 초상집 분위기”라고 어느 대기업
임원이 말한다.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국내 주요 대기업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움츠려 있다. 최악 실적에다 대기업 총수들의 세대교체, 여기에 신세계가 본격 연말
인사철도 되기 전에 사상 처음으로 CEO(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수혈하기까지 하였다.
재계 관계자는 "11월이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는데, 올해는 무엇보다 실적이 엉망이라
더욱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 중
3분기 실적을 발표한 49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33조9821억원)보다 52.48% 감소한
16조1473억원이다.
한진그룹은 이달 중 임원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최근 2년 동안
임원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상당히 폭이 큰 인사가 예상된다”며
“특히 한 해 항공 농사를 결정하는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최고경영진에서
임원 30% 감축 지시를 내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은 보통 12월에 임원 인사를
단행했는데, 시기를 앞당기고 변화 폭을 확대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임원 숫자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인사는 "SK텔레콤·SK이노베이션·㈜SK 등의 대표이사
3년 임기가 올해로 끝나지만, 이들에 대한 회장의 신임이 두텁기 때문에 변화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대신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계열사에서는 조직 축소와 함께 임원 감축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내년 경영전략을 세울 때 비용 10%를 절감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임원 규모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 인사 시기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5대 그룹 중 처음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해 구조조정설이 나오고 있다.
대대적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한 LG디스플레이에서는 임원 25% 감축이 진행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컨설팅 회사 경력자를 이마트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는 지난 1일 닛산 출신을 멕시코 법인장(CEO)으로 선임했다.
'순혈주의' 분위기가 강했던 국내 재계에서 외부 인재영입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기업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CEO들의 출신을 분석한 결과
2018년에는 외부 경력 CEO 비율이 24.3%였는데, 올해는 27.8%로 크게 늘었다.
최근엔 완전히 다른 업종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SK그룹은 전 제주항공
대표를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LG그룹은 그룹 전략을 총괄하는 ㈜LG 경영전략팀장으로
베인앤드컴퍼니 한국 대표 출신을 영입했다. 포스코 역시 '신성장 부문' 수장으로
전 대림산업 사장을 선임했다.